리스본을 떠올릴 때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려지는 풍경이 있습니다. 좁은 골목과 가파른 언덕을 삐걱대며 오르내리는 노란색 트램입니다. 193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작은 전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리스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다른 도시였다면 진작 박물관에 들어갔을 법한 낡은 전차가, 이곳에서는 여전히 매일 도심을 누비며 시민과 여행자를 실어 나릅니다. 저는 28번 트램에 몸을 싣고 알파마의 좁은 골목을 통과하던 순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말이 끌던 전차에서 전기 트램까지

리스본의 트램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73년, 카리스라는 회사가 말이 끄는 전차 노선을 처음 운행하면서 포르투갈 대중교통의 막이 올랐습니다. 말이 끄는 방식이 미국에서 시작된 까닭에, 당시 사람들은 이 전차를 아메리카누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말의 힘만으로는 리스본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84년에는 케이블로 끄는 푸니쿨라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리스본 트램이 걸어온 변천 과정은 디버 투어스의 트램 역사 자료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변화는 20세기 초에 찾아왔습니다. 1901년 전기 트램이 등장하면서, 리스본은 언덕이 많은 지형에서도 더 빠르고 안정적인 대중교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말에서 전기로의 전환은 도시의 일상을 크게 바꾼 중요한 진전이었습니다. 리스본 트램의 역사와 노선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리스본 여행 안내 사이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30년대의 명물, 헤모델라두
오늘날 리스본의 상징이 된 노란 트램은 1930년대에 도입된 헤모델라두라는 모델입니다. 튼튼한 나무 골조에 잘 닦인 황동 장식, 그리고 복고풍 운전 장치를 갖춘 이 전차는, 거의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견디며 지금도 운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식 제동 장치와 전기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개조되었지만, 윤기 흐르는 목재 내부와 정겨운 종소리 같은 고전적인 멋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전차들이 지금까지 쓰이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리스본 옛 동네의 거리가 너무 좁고 경사가 가팔라, 현대식 대형 전차로는 도저히 다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헤모델라두는 바로 이러한 좁은 길과 급경사를 다니기 위해 설계된 차량이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것이 단지 향수 때문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로 살아남은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이 전차들은 폭이 좁은 협궤 선로 위를 달리는데, 이 역시 비좁은 도심에 맞추어 오래전에 깔린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스본의 모든 트램이 이렇게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도시에는 헤모델라두 같은 고전 차량이 다니는 노선이 몇 개뿐이고, 나머지 노선에서는 현대식 전차가 운행됩니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것은 역시 노란빛 고전 트램입니다. 그 안에 담긴 세월의 흔적과 정취가, 새 차량으로는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트램이 달리는 소리 또한 리스본 풍경의 일부입니다. 레일 위를 구르는 바퀴 소리와 커브를 돌 때 울리는 마찰음, 그리고 정겨운 종소리가 어우러져 도시만의 독특한 배경음을 만들어 냅니다. 오래된 목재 차체가 흔들릴 때마다 들려오는 삐걱임은 불편함이 아니라 정취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소리와 흔들림은 현대식 전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헤모델라두만의 살아 있는 매력입니다.

28번 트램, 레일 위의 관광 코스
리스본의 여러 트램 노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28번입니다. 마르팀 모니스 광장에서 출발해 캄푸 드 오리크까지 이어지는 이 노선은, 리스본에서 가장 역사 깊고 매력적인 동네들을 차례로 지나갑니다. 가장 오래된 동네인 알파마의 미로 같은 골목, 도심의 활기찬 바이샤 지구, 정원과 성당이 있는 푸르른 에스트렐라까지, 28번 트램은 한 번의 승차로 도시의 여러 시대를 동시에 보여 줍니다.
약 7킬로미터에 이르는 전 구간을 도는 데에는 대략 40분에서 50분 정도가 걸립니다. 그 사이 창밖으로는 타일로 장식된 건물 외벽, 숨겨진 골목, 전망대, 카페에 앉은 현지인들, 그리고 발코니에 널린 빨래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매 순간 바뀌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여정 덕분에, 28번 트램은 리스본에서 손꼽히는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노선을 따라가다 보면 리스본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트램이 지나는 바이샤 지구는 1755년의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뒤, 폼발 후작의 주도로 격자형 도로망을 갖춰 재건된 곳입니다. 시아두 지구는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의 흔적이 남은 문학의 동네이며, 알파마는 중세의 좁은 골목과 파두 음악이 살아 숨 쉬는 가장 오래된 지역입니다. 트램은 이렇게 굽이굽이 돌 때마다 도시의 서로 다른 시대를 펼쳐 보입니다. 한 번의 승차가 곧 리스본 역사 산책이 되는 셈입니다.
붐비는 명물을 현명하게 즐기는 법
인기가 높은 만큼 28번 트램은 늘 붐빕니다. 특히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 사이에는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해, 사람들이 한 시간 넘게 줄을 서기도 합니다. 과거 현지인들이 출퇴근 시간의 트램을 정어리 통조림에 빗대어 부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또한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도 필요합니다. 트램을 즐기려면 소지품을 가까이 두고, 가능하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의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혼잡을 피하고 싶다면 28번과 비슷한 구간을 지나는 12번이나 24번 같은 다른 노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느 트램을 타든, 창밖으로 펼쳐지는 리스본의 풍경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일부 노선은 순환 구간을 도는 관광 전용 트램으로 운영되어, 자리를 보장받고 한결 여유롭게 도시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일정과 취향에 맞추어 노선을 고르면,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트램 여행의 낭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도시의 기억을 싣고 달리는 전차
리스본의 노란 트램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옛것을 보존한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전차 안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장을 보고 돌아가는 주민, 학교에 가는 아이들, 자리를 양보받기를 마다하는 노신사가 함께 타고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 안에 리스본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리스본의 노란 트램은 단지 옛것을 보존한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일부입니다. 전차 안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장을 보고 돌아가는 주민, 학교에 가는 아이들, 자리를 양보받기를 마다하는 노신사가 함께 타고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 안에 리스본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트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의 진짜 얼굴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